글을 쓰는 지금, 여러분 대부분 한국사를 풀고 계실 텐데요 ㅜ ㅜ
끝까지 잘 마무리하실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혹시 개인 사정으로 시험 도중 나오셨거나 .. 진로를 다른 방향으로 정해 아예 응시하지 않으셨거나 .. 기타 등등의 이유로 고사장 밖에 계신 분들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진부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대체할 말이 없네요.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미 지나온 시절이기 때문이죠.
사실 작년 수능 성적을 받고 합격 소식을 들을 때까지 너무너무 우울했답니다.
실전에서 커리어하이를 찍는 사람이 있는 반면, 커리어 로우를 찍는 사람도 있는 법이죠.
바로 친한 언니한테 전화해서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막 엉엉 울었어요 .. 사연있는 사람처럼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게 진짜 제 실력입니다 하핫 .. 그동안이 거품이었던 거죠)
재수학원에서는 늘 '어~ 망하면 한 번 더 보면 돼~ 어차피 이미 늦었어 1년 더 늦는다고 달라질 거 없어~ 내가 너네보다 10년 더 살면 그만이야~' 했지만 지난 1년의 노력이 숫자로 증명되지 않자 속상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입시를 포기하면서 옅어졌던 감정이 낯설었어요.
늦가을 들리는 슬픈 뉴스에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왜 그럴까, 그저 마음이 아프다는 태도로 일관했던 저는 참 오만했습니다.
부끄럽게도 그전까진 진심으로 임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던 거였죠.
막상 제 차례가 되니 오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어요.
만약 아쉬움을 느끼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건 절대 여러분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죠!!!!
이런 맥락에서는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게 너무 가벼운 태도인 것 같으나 .. 1년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이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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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랜 취미는 여행인데요.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표를 사면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묵을지, 어디를 갈지, 무엇을 보고 또 먹을지 .. 계획 즉 준비 과정이야말로 여행의 백미죠.
'나를 찾는 여행' ..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사유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름답고 이질적인 것들을 보고 나면 직관적인 감상평만 남을 뿐이죠.
(물론 제가 조예가 부족해서 그런 걸지도 ..)
결국 스스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내가 창문이 없는 숙소를 참을 수 있는지, 모네의 정원에 갈 건지 베르사유에 갈건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은지 아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떠나기 전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일상 속 준비 단계는 어쩐지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최근 저도 잠깐 매너리즘에 빠졌었는데요 ..
대학생활이 취업을 위한 준비 단계처럼 느껴져서였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며 만난 좋은 사람들, 나은 결과를 위해 했던 고민 그 자체, 무엇보다 사소하고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 자잘자잘한 일들이 결국 인생 전반의 경험치로 쌓여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취업과 무관해도!)
여러분은 제 대학 생활보다 훨씬 밀도 있는 수험 생활을 하셨을 텐데요!
365일+α, 그 하루하루의 가치는 수능날 하루로 결정지어지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해본 경험, 이미 여러분은 값진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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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태워 빛을 낸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단지 여러분보다 먼저 대학에 입학했다는 이유로, 여러분의 진솔한 고민을 듣고 답해드릴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습니다.
내년 수능은 여러분에게 보통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2026년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사시든, 여러분은 이미 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 한가운데 서 계심을 잊지 마세요.
+) 글을 올릴 때가 되어보니 이미 수능이 끝이 났네요!
고생한 여러분을 양갱이가 맞이합니당 ..
형 누나 어서와 .... 수고했어 .....